망각

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.
망각에는 특별한 노력 따위는 필요도 없는 것이다.
끝도 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일들 따윈, 거의 모두
잊어버리고 살아간다.
잊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.

어느 때 문득,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, 하고
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걸 또 머리 속에 새겨 두지 않으니,
기억이란 덧없는 아지랑이의 날개처럼 햇살 아래
녹아 내려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.


<냉정과 열정사이. Blu 中>
카테고리 없음 l 2008. 5. 15. 13:4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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